-

21세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다.
평균 수명은 83세를 넘어서고,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이미 전체의 20%에 육박했다.
이제 ‘노인복지’는 일부 취약계층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준비해야 할 사회 구조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이다.
이 개념은 단순히 노인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모든 세대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포용적 도시 환경을 구축하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고령친화도시의 개념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란 노인이 나이가 들어도 안전하고, 존중받으며,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시의 물리적·사회적 환경을 개선한 도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제시한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Age-Friendly Cities and Communities, AFCC)’에서 공식화되었다.
WHO는 고령친화도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노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서비스·정책이 조화롭게 설계된 도시.”
즉, 단순히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모든 구조와 정책을 고령사회에 맞게 재설계하는 것이다.
고령친화도시가 등장한 배경
고령친화도시는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고령화로 인한 도시 구조의 불균형이 있다.
1. 도시 고령화의 심화
- 농촌보다 도시 지역에서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그러나 도시의 주거, 교통, 복지 인프라는 여전히 ‘청장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2. 사회적 고립과 돌봄 공백
- 1인 가구, 독거노인 증가로 인해 지역 내 소속감이 약화되고 있다.
- 기존 복지서비스는 개인 중심이라, 지역사회 단위의 연결이 부족하다.
3. 삶의 질에 대한 인식 변화
-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 고령친화도시는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중심에 두는 복지 철학이다.
WHO가 제시한 고령친화도시의 8대 영역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령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8가지 핵심 영역을 제시했다.
이 영역은 도시의 구조·정책·문화 전반을 포괄한다.
1. 야외공간과 건물 (Outdoor Spaces and Buildings)
- 보행로, 공원, 공공건물이 노인에게 접근 가능하고 안전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 예: 경사로, 휴식 벤치, 점자 표지, 무장애 화장실 등.
2. 교통 (Transportation)
-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고, 노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체계 마련.
- 예: 저상버스, 실시간 버스 안내, 안전 횡단보도.
3. 주거 (Housing)
- 노인 친화적 설계, 리모델링 지원, 커뮤니티 주거 확산.
- 예: 엘리베이터 설치, 응급 호출 시스템, 커뮤니티형 공공주택.
4. 사회 참여 (Social Participation)
- 문화·체육·교육 활동을 통해 세대 간 교류와 활력 증진.
- 예: 평생교육센터, 시니어클럽, 주민참여 행사.
5. 존중과 사회적 포용 (Respect and Social Inclusion)
- 나이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세대가 존중받는 문화 조성.
- 세대 통합 프로그램, 연령 다양성 캠페인 등.
6. 시민 참여와 고용 (Civic Participation and Employment)
-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 제공과 자원봉사 기회 확대.
- 예: 시니어 일자리, 지역 공공사업 참여.
7. 의사소통과 정보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디지털 소통 환경 조성.
- 예: 스마트폰 교육, 복지정보 안내 키오스크, 음성안내 서비스.
8. 지역사회 지원과 건강 서비스 (Community Support and Health Services)
- 건강관리, 재활, 장기요양 등 통합 돌봄 시스템 구축.
- 예: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센터, 응급 대응 체계.
이 8가지 영역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관계망을 함께 포괄하며, 고령친화도시의 핵심 구조로 작동한다.
고령친화도시와 노인복지의 관계노인복지는 전통적으로 ‘보호와 지원’ 중심이었다.
하지만 고령친화도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노인을 도시의 주체이자 구성원으로 바라본다.
즉, 노인을 ‘돌봄의 대상’이 아닌 ‘도시의 활력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을 보여준다.
고령친화도시의 목표는 복지 정책이 단기적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노인이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고령친화도시의 국내 도입 현황
대한민국은 2013년 서울시가 WHO의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추진이 시작되었다.
이후 부산, 대구, 광주, 수원, 김해 등 전국 7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가입하며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서울시 50플러스 캠퍼스’를 통해 중장년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수원시는 ‘시니어카드’ 제도를 통해 문화·교통 서비스 접근성 강화, 부산은 ‘고령친화산업 단지’를 조성하여 일자리와 복지를 결합하고 있다.
고령친화도시의 핵심 전략
- 도시 구조의 재설계 (Urban Redesign) - 무장애 설계(Barrier-Free Design)와 보행 중심 도시 계획 도입.
- 사회적 연결망 강화 (Social Connectivity) - 세대 간 교류, 마을 단위 커뮤니티 복원, 자원봉사 활성화.
- 스마트 복지 시스템 구축 (Smart Welfare System) - IoT,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건강·안전 관리.
- 노인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 확대 - 생산적 복지 실현을 위한 시니어 전문 일자리 발굴.
고령친화도시의 긍정적 효과
- 노인의 삶의 질 향상 - 이동성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생활 만족도가 향상된다.
- 세대 간 통합 촉진 - 공공공간과 프로그램을 통해 세대 간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 지역경제 활성화 - 고령친화산업(헬스케어, 실버제품, 관광 등)이 발전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
- 복지재정의 효율화 - 예방 중심 복지로 의료비와 돌봄 비용 절감 효과.
고령친화도시의 한계와 과제
고령친화도시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아직은 다음과 같은 과제가 존재한다.
- 지속 가능한 예산 확보의 어려움 -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이 높아 장기적 재정 전략이 필요하다.
- 세대 간 인식 차이 - 젊은 세대가 ‘노인을 위한 도시’로만 인식할 경우 참여 저하.
- 제도의 지역 간 격차 - 수도권 중심의 추진으로 지방의 참여율이 낮은 편.
- 성과 측정의 한계 - 고령친화도시의 효과를 정량화하기 어려움.
해외의 고령친화도시 사례
1. 일본 - 요코하마시
일본의 요코하마시는 ‘활동적인 노인 도시’를 목표로 주거, 건강, 일자리, 교육을 통합한 복지 모델을 도입했다.
노인 대학, 커뮤니티 카페,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 속 노인의 역할을 강화했다.
2. 캐나다 - 밴쿠버
밴쿠버시는 공공교통 개선과 공원 접근성 확대를 통해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했다.
또한 도시 전역에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을 설치해 노인과 청년의 교류를 활성화했다.
3. 핀란드 - 탐페레
핀란드는 주거환경과 복지서비스를 결합한 ‘스마트 시니어 타운’을 조성했다.
IoT 기반 안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노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한다.
고령친화도시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
스마트시티와 고령친화도시는 본질적으로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
즉, 기술을 통해 인간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AI 돌봄, 디지털 복지 포털, 원격의료 등은 노인복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강화한다.
그러나 기술은 도구일 뿐,
도시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과 관계의 회복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고령친화도시의 미래와 비전
고령친화도시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과 직결된 개념이다.
- 모든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포용적 사회(Inclusive Society)
- 나이에 상관없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참여의 도시
-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보행 중심 도시
이 세 가지가 고령친화도시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맺음말
고령친화도시는 노인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세대를 위한 도시다.
젊은 세대가 나이를 먹어도 계속 살고 싶은 도시, 노인이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도시, 세대가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도시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령친화도시다.
도시는 늙지 않는다.
다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어떻게 존중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그 도시의 품격이 달라진다.
'노인복지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기 정신건강과 마음돌봄 -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여전히 성장한다 (0) 2026.02.11 노인빈곤과 사회적 안전망 고령사회의 그늘, 그리고 함께 지탱해야 할 안전망 (0) 2026.02.10 세대 간 교류 프로그램과 세대 통합 복지 -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 진정한 복지의 시작 (0) 2026.02.10 디지털 복지와 스마트 돌봄(Smart Care) - 기술이 사람을 돌보는 시대, 인간다운 노후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0) 2026.02.10 노년기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지역사회 통합 - 관계의 힘이 만드는 건강한 노후 (0) 2026.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