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1. 10.

    by. ssolallalla

    치매의 이해 —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니라, ‘나’를 잃어가는 병

    “치매는 기억을 앗아가지만, 그 사람의 존엄까지 지워버리진 않는다.”

     

    1. 치매의 개념

    (1) 치매란 무엇인가

    ‘치매(癡呆, Dementia)’란 단순한 건망증이 아닙니다.
    의학적으로 치매는 뇌 기능의 퇴행으로 인해 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사고력 등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즉, 치매는 특정 질환이 아니라 여러 원인 질병이 만들어내는 ‘증상의 집합체’입니다.

     

    (2)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

    구분 건망증 치매
    기억장애의 원인 피로, 스트레스, 집중력 저하 뇌세포의 손상 또는 퇴행
    기억의 형태 힌트를 주면 떠올림 힌트를 줘도 기억 불가능
    일상생활 영향 거의 없음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움
    진행 양상 일시적 점진적·지속적 악화

    즉, 건망증은 ‘머리가 피곤한 상태’, 치매는 ‘뇌가 병든 상태’입니다.

     

    (3) 치매의 3대 핵심 특징

    1. 기억력 저하 – 최근 일, 약속, 물건 위치를 잊음
    2. 인지기능 저하 – 판단력, 계산능력, 언어능력 저하
    3. 일상생활 장애 – 가스 끄기, 돈 계산, 외출이 어려움

    치매의 본질은 기억의 손상뿐 아니라, ‘생활 능력’과 ‘자아의 붕괴’에 있습니다.

     

    (4) 치매의 사회적 정의

    세계보건기구(WHO)와 알츠하이머협회는 치매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치매는 단순히 질병이 아니라,
    개인·가족·사회 전체가 함께 맞서야 하는 복합적 사회현상이다.”

     

    즉, 치매는 의료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정신건강·돌봄의 통합 문제입니다.

     

    2. 치매의 원인과 유형

    치매는 원인 질환에 따라 가역성(Reversible)과 비가역성(Irreversible)으로 구분됩니다.

    (1) 가역성 치매

    → 원인을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한 치매

    원인 특징
    영양결핍(비타민 B12, 엽산) 영양보충 시 호전
    갑상선 기능저하증 호르몬 치료로 개선 가능
    약물 부작용 복용약 조정 시 회복 가능
    우울증성 치매 항우울제 치료 시 회복 가능

    이러한 경우를 ‘치매 유사 증후군(Pseudodementia)’이라 부릅니다.

     

    (2) 비가역성 치매

    → 뇌세포 손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치매 (전체의 90% 이상 차지)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알츠하이머형 치매 (Alzheimer’s Disease)

    가장 흔한 치매 (전체 치매의 약 70%)

    • 원인: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 → 신경세포 손상
    • 특징:
      • 초기: 최근 기억력 저하
      • 중기: 언어·시공간 인식 저하
      • 후기: 인격 변화, 자립생활 불가능
    • 경과: 10~1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악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의 서서히 진행되는 부식’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② 혈관성 치매 (Vascular Dementia)

    • 원인: 뇌졸중(중풍) 등으로 인한 뇌혈관 손상
    • 특징:
      • 증상이 갑작스럽게 시작
      • 부분적 기억력 저하 (특정 사건 기억은 유지)
      • 감정 변화 심함, 우울·분노 자주 나타남
    • 예방: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관리가 핵심

     

    ③ 루이체 치매 (Dementia with Lewy Bodies)

    • 원인: 뇌에 루이소체(Lewy body)가 축적
    • 특징:
      • 환각(사람이 보임), 착각
      • 파킨슨병 유사 증상(손떨림, 느린 움직임)
      • 하루 중 인지상태가 변동함

    알츠하이머형과 달리 “오늘은 멀쩡, 내일은 혼란”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④ 전두측두엽 치매 (Frontotemporal Dementia)

    • 원인: 전두엽·측두엽 신경세포의 선택적 손상
    • 특징:
      • 초기에 기억력보다 ‘성격 변화’가 먼저 나타남
      • 무례한 행동, 충동성, 식습관 변화
    • 진단: 젊은 연령대(50~60대)에 발병 가능

     

    ⑤ 파킨슨병 치매 / 혼합형 치매

    • 파킨슨병이 오래 지속되면서 인지기능 저하 동반
    •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흔함

     

    (3) 치매의 위험요인

    구분 위험요인
    비가역적 요인 고령, 유전, 뇌손상, 여성성별
    가역적 요인(예방 가능)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음주,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사회적 고립

    즉, 생활습관 관리와 사회활동 유지가 치매 예방의 열쇠입니다.

     

    3. 치매의 증상과 경과

    치매의 증상은 단순한 기억력 저하에서 시작해, 점차 인지·정서·행동·신체기능 전반으로 확산됩니다.

     

    (1) 주요 인지 증상

    증상 설명
    기억력 저하 최근 일, 약속, 대화 내용 기억 불가
    언어장애(실어증)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의미 전달 어려움
    시공간 인식 저하 길 잃음, 날짜·시간 혼동
    판단력 저하 돈 계산, 약 복용 등 일상적 판단 불가
    집행기능 장애 순서 있는 행동(요리, 세탁) 수행 불가

    이러한 증상들은 점차 “생활 기능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2) 정서 및 행동 증상 (BPSD)

    치매의 또 다른 큰 문제는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입니다.

    유형 증상 예시
    정서 변화 우울, 불안, 무기력, 무관심
    행동 변화 배회, 공격성, 폭언, 물건 감추기
    인지 착오 망상(도둑이 있다), 환각(사람이 보임)
    수면 문제 밤낮이 바뀜, 수면박탈, 불면

    이러한 증상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스트레스와 돌봄 부담을 심화시킵니다.

     

    (3) 치매의 진행 단계

    치매는 보통 3단계 또는 5단계 모델로 구분합니다.

    📍 3단계 모델

    단계 주요 증상 일상생활
    초기 기억력 저하, 방향감 혼란 부분적 도움 필요
    중기 판단력 저하, 인격 변화 지속적 감독 필요
    말기 언어상실, 식사·보행 불가 전면적 돌봄 필요

    📍 5단계 세부 모델 (Global Deterioration Scale)

    1. 정상
    2. 건망증
    3. 경도인지장애(MCI)
    4. 초기 치매
    5. 중기 치매
    6. 중등도 치매
    7. 말기 치매

    즉, 치매는 “인지 저하 → 행동 변화 → 신체기능 저하”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4) 가족과 사회적 영향

    치매는 환자 한 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의 가정,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 가족의 정서적 피로: 우울, 불면, 죄책감
    • 경제적 부담: 연간 돌봄비용 2,000만 원 이상
    • 사회적 고립: 가족 모두가 ‘치매의 포로’가 되는 현상

    그래서 치매는 흔히 “가족의 병, 사회의 병”이라 불립니다.

     

    4. 치매의 예방, 진단 및 치료

    (1) 치매의 예방

    치매는 완전한 예방은 어렵지만, 생활습관을 통해 위험도를 40% 이상 낮출 수 있습니다. (Lancet, 2020)

    예방 영역 방법
    신체 활동 매일 30분 걷기, 근력운동 병행
    식습관 지중해식 식단(생선, 견과류, 채소 중심)
    두뇌 활동 독서, 퍼즐, 악기, 글쓰기 등 뇌 자극
    사회적 교류 친구·이웃과 정기적 대화·모임 참여
    정신건강 관리 우울증 조기 치료, 스트레스 해소
    생활습관 개선 금연, 절주, 충분한 수면

    “두뇌를 쓰지 않으면, 두뇌는 스스로 문을 닫는다.”

     

    (2) 치매의 조기진단

    조기진단은 치매 진행을 늦추고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핵심입니다.

    주요 검사 도구

    1. MMSE (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 인지기능을 30점 만점으로 평가 (24점 이하 치매 의심)
    2. CDR (Clinical Dementia Rating)
      • 치매의 중증도 평가 (0~3단계)
    3. 신경심리검사 + MRI + PET 검사
      • 뇌 구조 및 대사 이상 확인

    한국에서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무료 선별검사 및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치매의 치료

    치매는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치료 + 비약물치료 + 가족지원을 통해 증상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① 약물치료

    약물명 작용기전 효과
    도네페질(Donepezil)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 인지기능 유지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신경전달물질 농도 유지 기억력 개선
    메만틴(Memantine) 글루타메이트 조절 중등도 이상 치매 완화

    약물은 진행속도를 늦출 뿐, 퇴행된 뇌세포를 복원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조기투약이 중요합니다.

     

    ② 비약물치료

    1. 인지자극치료(Cognitive Stimulation Therapy)
      • 게임, 글쓰기, 회상활동으로 인지기능 자극
    2. 회상요법(Reminiscent Therapy)
      •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정체성 유지
    3. 음악·미술치료
      • 정서 안정, 불안·공격성 완화
    4. 운동요법
      • 혈류 개선, 우울 감소, 수면 질 향상
    5. 가족상담·교육 프로그램
      • 돌봄 스트레스 완화, 행동대처법 교육

     

    (4) 치매 돌봄과 케어

    치매 환자는 병보다 ‘사람’으로 돌봐야 합니다.

    “치매 돌봄의 핵심은, 환자가 아니라 ‘존엄한 인간’을 대하는 것이다.”

    케어 원칙

    • 환자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 현실보다 감정에 공감한다.
    •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존중한다.
    • 낙상·탈수 등 신체위험 예방을 병행한다.

     

    (5) 사회적 지원체계

    1. 치매국가책임제(2017)
      •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운영
      • 무료 검사, 사례관리, 가족 교육, 단기쉼터 제공
    2.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 ADL 저하 치매환자에게 재가서비스(방문요양·주야간보호) 지원
    3. 지역사회 돌봄(Community Care)
      • 병원·복지관·가정이 연계된 통합 돌봄체계 구축

    즉, 치매는 이제 국가가 함께 돌보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5. 기억을 잃어도, 존재는 남는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이 사라지는 병’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 그리고 존재의 방식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치매는 절망이 아닙니다.
    조기진단과 관리, 가족의 사랑, 사회적 지원이 함께할 때 치매도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치매는 삶의 끝이 아니라,
    관계가 새롭게 쓰여지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다.”